떡볶이가 뭐라고
전국에 떡볶이 덕후들은 넘쳐나는데,
왜 본격 떡볶이 에세이는 없었던 걸까?
그래서 나왔다. ‘드디어’란 말을 앞에 붙이고 싶다. 국내 최초 본격 떡볶이 에세이, 『떡볶이가 뭐라고』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떡볶이가 사랑이며, 평화이며, 행복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왜 우리는 매일같이 ‘떡볶이 먹고 싶다’ ‘저녁엔 떡볶이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떡볶이 에세이를 찾아 헤매지 않았던 걸까? 이 책은 오롯이 떡볶이에 목마른 독자 여러분에게 바칠 생각으로 나온 헌사 같은 책이다. 떡볶이에 곁들여 먹는 쫄깃하고 매콤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은 물음으로. 저자의 솔직한 에필로그 속 문장처럼 “오늘 저녁 떡볶이 한 권 하실래요?” 하며 떡볶이와 함께 슬그머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떡볶이를 먹을 때 생각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분식점 테이블 위에 때로는 화장실에 놓여진 책이 되었으면 싶다. 명저란 자고로 화장실에 있는 법이니까……. 더 솔직하게 집집마다 한 권씩 꼭 장만하셨으면 싶다. (193쪽)
도대체 떡볶이가 뭐라고!
이렇게나 그리운 것일까? 그게 뭐라고 이렇게 사람 마음을 잡아끄는 걸까? 도대체 떡볶이는 뭘까.
“행복이란 소고기 넣은 떡볶이….”
“떡볶이는 진짜 마약인가. 어제 먹었는데 오늘 또 먹고 싶다. 미치겠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떡볶이가 아닐까? 지금도 떡볶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문장과 이야기들이 책 속엔 가득하다. 떡볶이에 영혼을 저당잡힌 듯 매일같이 떡볶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트위터의 떡볶이 요정 이야기도 등장한다.
‘떡볶이의 계절이란 것이 있을까?’ ‘그저 떡을 고춧가루나 고추장에 버무린 것뿐인데, 도대체 어쩌자고 이렇게 엄청난 행복감을 주는 걸까?’ ‘떡볶이와 튀김, 그리고 오뎅 국물의 조합은 도대체 언제 대한민국에 퍼진 것일까?’ 저자는 떡볶이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본격적인 탐구도 잊지 않는다.
“인생은 매콤하고 짭짤한 떡볶이 같아.”
그리움이 클수록,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을수록 그 대상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닐까? 일본에 살고 있는 저자는 떡볶이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까닭에 그리움과 애정이 한층 더해졌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그녀에겐 떡볶이가 생각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땐 찹쌀떡으로 떡볶이를 만드는 모험도 해본다.
일하며 아이 셋을 돌봐야 하는 쉽지 않은 일상,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에게 정규직을 내어주지 않는 사회,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어려운 사람들……. 인생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매콤하고 짭짤한 상황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지치고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떡볶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떡볶이에 담긴 옛 추억, 편집자들과 함께한 떡볶이 투어, 생활 속 동기 부여가 되는 떡볶이 이야기까지 마치 떡볶이와 튀김 범벅이라는 환상의 조합처럼 맛깔 나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떡볶이는 아마 “나는 너무 짜고 맵고 달아”라고 탄식했을 것이고, 튀김은 “나는 너무 기름져”라고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오뎅 국물은 “나는 좀 밋밋하지 않아? 개성이 없는 것 같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게 분명하다. 그럼 우리 한번 뭉쳐볼까? 그렇게 뭉친 삼 형제는 너무나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어 숨 쉴 틈 없이 굴렀을 게 분명하다. (33쪽)
그럼에도 떡볶이는 언제나 옳습니다.
지치고 힘든 하루의 끝에도, 행복하고 기쁜 순간에도 떡볶이는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시베리아에 맞먹는 최강 한파에도, 땀이 뻘뻘 나는 무더위에도, 떡볶이와 함께라면 웃을 수 있다. 떡볶이에는 우리 눈으로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행복이란 소스가 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
떡볶이가 뭐라고 우리를 이렇게 미치도록 만드는지. 이 책이 떡볶이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안겨주는 책이 되기를, 하루의 유쾌함을 더해줄 수 있는 책이 되기를 소망해본다.